Projects
Park Cheonkang Architects

가짜 재료

건축재료는 건축의 구조와 표면을 구성한다.

 

비교적 최근까지 건축재료는 늘 ‘진짜’였다. 종류, 색깔과 강도, 크기, 제작법 등의 차이, 혹은 고급과 저급의 구분은 있어도, 재료가 ‘가짜’라는 개념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벽돌은 벽돌이고, 나무는 나무, 돌은 돌이었다. 하지만, 이런 ‘정직한 재료’라는 개념은 지난 세기부터 희석되기 시작해 현재는 실제 재료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미지가 유사한 제품들이 빠른 속도로, 세분화되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이들 건축재료들은 무수한 ‘진짜 vs. 가짜’의 비율을 가진다. 목표는 언제나 명료하다. 진짜의 이미지에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욕망과 동시에 진짜에 수반되는 불편함과 현실의 거칢을 제거하여 매끄럽게 하는 것. 다시 말해, 이미지로써 진짜와 구분이 안되게끔 하는 것과 진짜에 동반되는 재료비와 시공비를 줄이는 것, 그리고 재료를 최대한 얇은 두께로 만들어 공간면적을 최대화하는 것, 무게를 최소화하여 시공성을 용이하게 하는 것, 각 재료가 가진 불쾌한 냄새, 그리고 닿았을 때 피부가 긁힐 정도의 거친 표면을 줄이는 것 등이 이런 흐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시장에는 표준벽돌도 생산되지만 얇은 두께를 가진 벽돌 타일, 벽돌의 울퉁불퉁한 텍스처와 이미지를 빼닮은 벽돌 판넬, 벽돌의 이미지를 프린트한 벽지 등 많은 종류의 유사 효과를 내는 제품이 있다. 목재 또한 원목판재, 집성목, 합판, 강마루, 강화마루, 목재의 이미지를 프린트한 벽지 등으로 단계별, 단가별 ‘가짜’의 목록이 있고, 그 리스트는 무한하다.

 

‘가짜 재료’라는 것은 무엇이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걸까?

 

가짜는 원본으로써의 진짜를 전제로 한다. 진짜 이외의 모든 것들은 진짜의 불완전한 복제에 불과하다. 하지만, 테크놀로지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가짜는 점차 진짜와 구별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결국 가짜가 모든 진짜를 뒤덮는 시뮬라시옹의 상황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1] 실제로 현재 우리는 가짜가 너무나 진짜 같아서 그것이 진짜보다 오히려 더 진짜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이 단계까지 오면 무엇이 원본이고 진짜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효과’가 ‘진실성’을 압도하게 된다.

 

가짜가 진짜가 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진짜를 따라하려는, 누군가를 속여서 가짜가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섰을 때도 그 가짜는 여전히 가짜인 걸까?

 

[1]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simulacra et simulation)’, 하태환 역, 민음사, 2001

TYPE: 전시
YEAR: 2017.7. – 2017.9.
STATUS: NOT COMPLETED
LOCATION: 대림미술관
CLIENT: 대림미술관
AREA: 150m2
DESIGN: 박천강
DESIGN TEAM: 이지연, 김소연

판타지의 건축적 원형

판타지 건축은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반영한다. 꿈의 작동방식과 동일하게, 무의식이 욕망하는 바 그러나 현실에서는 거의 혹은 아예 불가능한 일들이라고 여겨지는 건축물들은 흔히 판타지 소설과 영화, 신화 등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곤 한다. 꿈의 건축물.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건축물.

 

신화, 판타지에는 어떤 건축 이미지들이 강박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날까?

 

어떤 건축물들이 수십만 년의 감정과 경험을 통해 우리의 무의식에 각인된 흥분을 다시금 꿈틀거리게 할까?

 

과거 마음의 진화과정을 통해 특정 건축적 형태/장소가 주는 감정이 우리의 집단무의식에 각인되어 있고, 이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기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실제 지어졌고 지어지고 있는 건물들에서뿐 아니라 판타지 영화에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리 하우스는 반지의 제왕에서 엘프들이 사는 전형적인 주거의 형태이다. 또한 스타워즈의 이워크가 사는 집이기도 하다. 원숭이들이 사는 거주지이기도 하다. 서구의 경우, 어릴 적 아버지가 만들어준 나무 위 트리하우스는 은밀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비밀기지가 되기도 한다.

 

트리하우스는 나무 위에 지은 집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거대한 나무의 가지들 사이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자연으로서의 나무에 인간의 가장 전형적인 주거의 상징적 형태인 박공 건물이 나무라는 재질로 들어가 얹혀지는 것이다.

tags: Writings

LDK Lab

청년들의 집단창작과 협업을 위해 만든 공간.

 

기존 창고형 건물의 교회 예배당 내부의 바닥면적을 증가시켜 활용하기 위해 새롭게 중층의 분지(plateau)를 만들었다.

 

이 떠있는 분지는 다시 셋으로 분절돼 좀 더 친밀한 군집활동들이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각 분절들은 연속적인 하나의 바닥으로도 기능한다. 연속적이면서 단이 진 바닥은 일종의 무대-객석 공간을 만들어준다. 간간히 계단으로 연결되는 분지들 사이의 틈으로는 하부 공간이 이따금씩 보이며 위와 아래의 행위들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인지된다.

 

아래의 공간에선 여러가지 사이즈의 테이블들이 배치되고, 이들은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자유로운 이합집산이 가능하다. 즉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규모의 모임이 가능하다. 아래층의 이런 ‘왁자지껄스러움’과 ‘활기참’은 윗층의 ‘평안하며’, ‘조용한’ 분위기와 대조된다.

TYPE: 교육연구시설 (리모델링)
YEAR: 2018
STATUS: COMPLETED
LOCATION: 경기도 시흥시
CLIENT: 시흥시청
AREA: 6000m2
DESIGN: HAPSA | 권경민 - 박천강 + 정이삭(에이코랩)
PHOTOGRAPHY: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