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s
Park Cheonkang Architects

환상의 건축

건축의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건축의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건축의 영향력은 어떤 것인가?, 사회에, 인간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이 막연한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을 하기 전에, 먼저 이 시대 한 젊은 건축가의 이야기에 잠시 귀기울여보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건축이 제공할 수 있는 삶의 풍요로움과 행복을 믿는다. 또 한 이 즐거움을 전하는 전도사의 역할이 건축가의 몫이고, 건축의 힘이라 굳게 확신한다. 대중이 아직 그 즐거움을 몰라서 그렇지 (건축가가 느낀 만큼) 알게 되면 그들이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걸 통해 나도 좋은 건축물을 더 지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거라고… 비록 지금은 힘겹게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작업들을 착실하고 겸손하게 하나둘씩 해나가면 그 노력들을 알아주는 시기가 오고(유명세 또는 자본으로 전환이 되고), 또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에 기대 오늘도 나를 비롯한 수많은 건축가들이 밤을 지새운다.

 

이런 내가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같이 하는 일이 있다. 스마트 폰에 이메일로 전송된 이 주의 건축이라는 웹진 뉴스레터를 보는 일이다. 작은 네모 창을 통해 어떤 건축과 건축계 이슈들이 새로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아마도 이런 강박적 반복은, 첨단 유행을 익혀야한다는 의무감, 그리고 나도 모르게 피어오르는 건축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에서 기인한 걸 꺼다. 그러나 이 짓도 오랜 기간 반복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떤 새로운 작업도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 때 느껴지는 감정은 불감증이다.

 

SANAA 50%, OMA 20%, 헤르족 앤 드뮈론 20%, 나만의 비법 10%, 혹은 자하 하디드 40%, 그렉 린 30%, 헤르난 디아즈 알론조 10%, UN Studio 10%, 남들이 모르는 소스 10%… 취향 역시 데이터베이스화 되고 참조적 전유는 공공연하다. 그 언어는 항상 모두가 인정하고 좋아할 수 있는 현대적인 것들 중 고른다… 컨텍스트의 고유함과 건축주의 개성, 그리고 대중을 위한 선량함의 코스프레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유행의 순환 뿐, 현재 우리가 처한 건축적 상황에 대한 담론도, 독한 솔직함도, 냉철한 분석도 없어 보인다. 반복되는 살아남기의 경쟁에 좌절하고 지쳐서인지, 대응을 할 힘도 의욕도 점차 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비단 한국에서 건축을 하는 나뿐만이 아니라,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전 세계 건축인의 공통적 특성으로까지 느껴지곤 한다. 이 모습은 자본주의가 끝없이 강요하는 ‘새로움’과 ‘독특함’에 부응하기 지친 세대의 적나라한 맨 얼굴이 아닐까? 왜 중요한지도 모르는 채, 새로움은 내 강박이 되었다. 또한 이 쳇바퀴처럼 영원 회귀하는 가상의 강박은 결국에는 나를 이 불감증의 감옥으로 인도했다.

 

꽤 최근까지 블록버스터 급 영화들의 후속편에서 반드시 등장하곤 했던 진부한 수사들인 ‘더 커진’, ‘더 화려해진’, ‘더 강력해진’ 등은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영화판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드래곤볼에서처럼 계속해서 어디선가 나오는 더 강한 상대는 슬라보예 지젝이 분석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에서처럼 더 이상의 잉여쾌락을 남기지 않는 욕망의 죽음만이 그 종착점이다. 그 끝은 무감각이고 더 나아가서는, 내 손에 쥐어진 고깃덩어리로서의 ‘남근’, 마주치기 싫은 적나라한 실재와의 대면일 것이다. 지금 그 무기력의 시대가 도래했다. 제길… 모두들 엿 같은 실재의 사막에 온 걸 환영한다.

tags: Writings

『건축의 힘은 무엇인가 』, 건축평단 vol 5. 2016 봄, 정예씨출판

사연 많은 창들의 집

지금 이 시기에, 서울에서, ‘내 집’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국에서 ‘집’이라는 곳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공간, 부동산 차액을 취하려는 재산축적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진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주거(housing)은 다른 건물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주거는 우리 인간이 가진 ‘안정성’이라는 욕망을 보장해주는 최후의 보루이며,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공간이다. 그 안정감은 보통 집을 ‘소유’하는 단계에서 극대화된다. 항상 변화할 수 밖에 없는 사회라는 공간에서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회귀점, 베이스캠프. 이 세상에 내 두 다리 뻗고 편히 있을 수 있는, 누가 뺏어갈 수도 마음대로 침범할 수도 없는 몇 뼘 남짓한 나만의 공간.

 

하지만 현재 한국의 경제 구조는 우리 부모님 세대가 대부분의 부동산과 주택소유를 하고 전세와 월세로 돈을 벌고,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층이 그 임대료를 내느라 돈을 모으지 못해 본인 소유의 집은 꿈도 못 꾸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부의 양극화, 그리고 동시에 세대의 양극화 현상은 우리의 주거 문화, 그리고 건축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젊은 층은 아파트 집, 집합주택, 원룸, 고시원 등의 공간에서 전세, 월세라는 지불의 형태로 살아간다. 특히 20~40대까지의 학생, 독신자들은 원룸에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에게 주어진 ‘이화동 다세대 주택’은 건축주가 이들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면적에 최대한의 비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주기를 원했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이제는 건물주들에게 일반적인 기준이 된듯한 5~7평 남짓한 고만고만한 평수의 원룸에 사는 사람들에게 건축가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삶의 공간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집을 소유하고 아니고는 주택이 줄 수 있는 안정감을 제공해주는데 여전히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경제 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 건축주의 욕망으로 인해 평수를 바꿀 수는 없다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 원룸에 사는 사람들이 잠시나마 이 공간을 내 공간이라 여길 수 있고, 애착을 갖고 심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문제를 각자의 방에 뚫린 창문들을 다른 세계로 통하는 포털이라 생각하고, 다른 형태의 다른 분위기를 조성하고, 다른 공간적/시작적 경험들이 풍요롭게 펼쳐지는 환상의 공간을 상상해보았다. 물론 공간의 평수는 건축주의 요구를 따르되, 원룸이 들어가는 각 동을 분리시켜 각 방에서 4개의 다른 벽으로 모두 창문이 뚫릴 수 있어 이러한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고자 하였다.

 

외관에서 보았을 때에도 각방들은 적절히 내부에 숨김과 드러냄(hide-and-seek)을 창문을 통해 드러내고, 거주자가 집 앞에 서있을 때 ‘아 저기가 사랑스러운 내 방이구나’라고 쉽게 인지할 수 있으며, 이 각 창문들은 한 방에서도 마치 다른 세계와 다른 사람들이 각 창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사연 많은 창’들의 집이 된다.

tags: Composition

TYPE: 다세대 주택
STATUS: NOT COMPLETED
YEAR: 2015
LOCATION: 종로구 이화동
CLIENT: 개인 클라이언트
DESIGN: 박천강, 조남일, 최진규
DESIGN TEAM: 김혜빈
STRUCTURAL ENGINEERING: 터구조

My Cloud

샘표 오송의 발효 연구소는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샘표의 연구원들은 연구실의 공간이 어떻게 변화되기를 원할까?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오송 연구소를 방문하였을 때, 저희는 유리창가 앞에 나란히 놓여져 있는 화분들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연구원들이 직접 하나하나 놓아두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많아졌고, 지금은 연구원들의 사랑을 받는 대상이 되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저희는 연구원들의 이런 자발적인 행위가 이번 프로젝트 에서 극대화되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로써 새로 지은 샘표의 새 터전에 소통과 더불어 친근함과 활기를 부여하고자 하였습니다.

 

형태는 나무 모양을 연상시키는 백색의 구조 프레임. 그 위에 솟아난 초록의 식재. 그리고 이들 위에 뿌려지는 미스트의 뭉치들. 이들은 발효의 과정을 은유하면서 서로 다른 세 가지 속도를 가지고 가시화됩니다. 철재는 시간의 흐름이 가장 늦게 묻어나고, 식재는 사계절과 매일매일의 날씨에 변화하며, 미스트는 잠시 생겼다 사라지는 환영처럼 그 속도가 쏜살같습니다. 철재는 전체 이미지의 배경이자 틀이 되며 강렬한 햇볕으로부터 막아주고, 식재는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건물에 표정을 부여하고, 연구원들이 직접 키울 수 있는 공중정원이 되며, 미스트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식물에 물을 주며 건물의 얼굴에 새로운 이미지가 끊임없이 생겨나도록 합니다.





TYPE: 파사드 리뉴얼
YEAR: 2013
LOCATION: 샘표 오송연구소
CLIENT: 샘표
DESIGN TEAM: 박천강, 차지은, 류기현
STATUS: NOT COMPLE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