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s
Park Cheonkang Architects

신선놀음

공공공간으로써 국립현대미술관의 마당이 시민들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

 

이 질문으로부터 저희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이 마당은 실내에서 보기에 아름답게 매우 잘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거나 쉴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이번 여름에 이 곳이 조금 더 활발하게 사용되며, 잔뜩 사랑 받을 수 있는 장소로 마법적인 변신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싶습니다.

 

여름철 쾌적하게 앉아있고 쉬려면 이번 YAP에서 제시한 것처럼 그늘, 앉을 곳, 그리고 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즉, 이 곳 마당의 특수성(singularity)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이 마당을 에워싸고 있는 경관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감정, 건축적 특징들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애물단지가 되었으며, 어떤 것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디자인은 이 모든 다양성과 역사를 중립적인 가슴으로 끌어안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이 과거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을 내주었습니다. 다만 이 곳 마당은 모든 다양성이 가장 치열하게 충돌하는 장소기에 아직 편안하게 사용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마당의 서쪽으로는 경복궁, 인왕산과 옛 기무사 건물, 동쪽으로는 종친부, 남쪽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입출구, 북쪽으로는 종친부로 향하는 외부 램프가 있습니다. 새로 지어지는 인스털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보면 무거울 수 있는 다양성들이 충돌하지 않고, 조금은 편해지고 가벼워질 수 있는 플렛폼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인스털레이션은 더 이상 전세계적으로 일반화된 generic한 이미지가 아닌 전세계인이 즐길 수 있되,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마치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같은 인스털레이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때, 전통건축의 이미지에서 차용하는 것이 아닌, 번안할 이미지가 명확하게 고정되지 않은 전통적 ‘판타지’에서 그 해답을 찾되, 형태적으로는 현재 통용되는 가장 최근의 진화된 형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저희의 주제는 ‘신선놀음’입니다. 마치 신선처럼 구름 위에서 가볍게 노닐거나 쉴 수 있게끔 하는것 입니다. 외국 분들을 위해서 잠깐 설명을 하자면 동아시아의 신선은 그리스, 로마의 신들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구름 위에서 살고, 가끔씩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기적을 행하거나 개입을 하는 좀 더 인간적인 신의 모습이지요.

 

저희가 제시하는 ‘신선놀음’은 자연환경의 도시적/인공적 유사물에서 시작된 파빌리온이라는 건축 타이폴로지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오랜 종교적 이상이었던 천상 위의 경험을 다소 키치적인 방식을 통해 전유합니다.

 

여기서 구름이란 자연물은 신선놀음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있어 제외할 수 없는 시각적 기호입니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이 구름 위의 세계와 그 아래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구분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좋은 공공공간은 자연물에서와 같이 ‘딱 트인 곳’, 즉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곳과, ‘숨을 곳’, 즉 혼자서 혹은 소수의 인원이 은밀하게 달콤하게 (exclusively, secretly)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상반되는 원초적인 공간은 우리의 프로젝트에서 상, 하의 공간, 위는 탁 트이고, 아래는 숨을 수 있는 공간을 통해 구현됩니다.

 

이건 초기 스케치인데, 마당 전체에 구름 혹은 안개가 깔리는 모습을 연상해보았습니다. 마치 구름 위 신선의 세상처럼 말이죠. 이 때, 구름의 층은 확실하게 아래와 위를 구분해주는 선을 만들어, 구름의 아랫부분에서는 짙은 그림자의 공간이 생기고, 그 위로는 옛 기무사 건물, 경복궁과 인왕산, 국립현대미술관이란 각기 다른 세 이미지가 이 지평선 위에 차분히 놓여 앞서 말했던 이 마당에서의 이미지의 충돌을 경감시켜 줍니다. 또한 구름선의 위치는 정확히 카페테리아 상부 잔디 레벨과 맞추어, 마당에 섰을 때 위에서 감시 받는다는 인상을 지우고, 그 동안 다소 이질적이었던 종친부 건물에는 구름 위의 옥황상제 궁을 연상케 하는 배경을 제공하여 자칫 애물단지처럼 보여질 수 있는 이 건물을 전혀 다른 컨텍스트에서 부활시킵니다.

 

여기서 다양한 대조 요소(counter-elements)들이 공존하게 됩니다. 위와 아래, 하늘(天)과 땅(地), 구름(雲)과 땅에 뿌리를 박고 솟아오르는 나무(木), 쨍쨍한 햇살을 받는 공간과 강한 그늘 공간, 천계와 속계.

 

자 ‘신선놀음’입니다. 윗부분에 올라가서는 신선처럼 구름 위에 앉아 시원하게 미스트를 맞을 수 있으며, 아래의 그늘에서는 잔디 위에 눕거나 앉아서 그늘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을 풍성하게 누립니다.

 

우리의 안에서는 기존 YAP 안들과는 달리 단순히 그늘만 즐기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늘과 햇빛 모두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며 작동할 수 있게끔 하였습니다. YAP에서 요구하는 여름철 시원한 물과 그늘, 앉을 곳 모두를 경쾌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면서도, 한국적 정서와 감응에 걸맞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즉, 이 방법으로 두 세계 모두에게 각각 그 최대치의 행복을 줄 수 있으며, 각각의 세계에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습니다.

여기 세워진 오브제는 모두 에어벌룬입니다. 그 작동방식은 기본적으로 흔히 한국의 가게들 앞에서 볼 수 있는 에어간판과 같으며, 벌룬의 아래 부분에 송풍기를 달아 지속적으로 공기를 주입하여 가벼운 구조로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에어벌룬 사이에는 구름의 윗부분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들어갑니다.

 

첫 번째로, 신선놀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신선의 놀음인 구름 위에 앉아 그 구름과 인왕산, 경복궁을 바라보며 미스트를 맞으며 여름철 무더위를 잊게끔 합니다.

 

두 번째로, 구름다리는 지상에서부터 올라가는 나무 계단을 통해 올라가 구름 사이로 걷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 때 다리는 끝부분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가 풀이 있는 장소에 도달하는 웜홀 역할을 합니다.

 

세 번째로, 공중부양(Trampoline)은 지상 두 곳에 배치된 트램폴린을 통해 구름 위와 그 아래의 공간을 왔다리갔다리하며 놀이를 할 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 거울 풀(mirror pool)은 3개의 튜브로 만든 풀로써 여름철 물놀이에 제격입니다. 유지/보수가 용이한 이 풀은 기존의 제품을 임대하여 손쉽게 매일 물을 빼고 다시 깨끗한 물로 채우는 것이 가능합니다.

 

신선놀음과 구름다리는 모두 2×4의 목각으로 세워져 저렴하면서도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게 합니다. 또한 각 프로그램에는 상부에 미스트 노즐이 설치되어 상쾌함을 줍니다.

공사의 순서는 이렇습니다.

 

1. 공사가 시작되는 5월경에는 부분적으로 박석을 들어내서 흙을 들어냅니다.

2. 그리고 이 들어내진 부분에 잔디와 꽃을 심습니다. 저희가 심는 꽃의 경우는, 6~8월에 만개하는 음지식물인 붓꽃, 맥문동, 비비추 등을 선정하여, 아직 벌룬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으며, 앞으로 올 벌룬을 기대하며 마음을 고조시키는 피크 프리뷰(peak preview), 즉 예고편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이때 서울 곳곳에서 수집한 버려진 의자들을 틈틈이 저희가 갖고 와 깨끗이 청소하여 재활용해 놓습니다.

3. 그 후, 나무다리와 트램폴린이 들어와 벌룬이 없는 상태에서 미리 즐길 수 있고,

4. 마지막 피날레로는 공장에서 2개월간 제작되어 온 에어벌룬이 현장에서는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빵’하고 세워지게 됩니다.

 

공사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며, 각 공사가 각각 일주일의 범위를 넘지 않기 때문에 전체 공사기간은 매우 짧습니다. P.S.1이 코트야드 주변이 높은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내부 공사 시 외부인들에게 노출이 되지 않는 반면, 저희의 마당은 보행자들에게 항상 노출되는 장소입니다. 저희 안은 이를 고려하여 현장에서 큰 공사가 없고 안전의 위험이 없어 펜스 없이도 공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전체의 배치는 서쪽 진입부에서 들어와 마당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형태입니다. 이로써 진입부에서 미술관의 현관출입구들로 가는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며, 또한 북동쪽 코너에 삼각형의 아늑한 코트야드 공간이 생기게 됩니다. 평면을 보시면 에어벌룬들의 배치는 2m x 2m x 2m의 삼각형 그리드를 따르되 이를 좀 더 느슨하게 연결하여 아래 지상면에서의 동선과 아래의 공간을 더욱 유연하면서도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단면을 보시면, 각 벌룬의 높이는 3.4m~5.2m로 다양하며, 카페테리아 위 잔디밭의 높이를 초과하지 않아 이곳에서 볼 때 시원한 흰색 구름이 인왕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관을 보시게 됩니다. 구름 위에 머무는 장소들인 ‘신선놀음’과 ‘구름다리’의 플렛폼 높이는 각각 4.4m, 3m이며, 벌룬의 높이로 시선처리를 하여 구름다리를 걸을 때에는 신선놀음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며, 반대도 마찬가지가 되어, 혼자서 구름 위를 걷거나 구름 위에서 쉰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게 하였습니다.

 

각 에어벌룬은 위로는 구름의 둥근 원의 형태, 아래는 수직적 형태를 동시에 갖고 있으며, 이 둘이 수묵화 혹은 켄타로우스의 신체처럼 그라데이션을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 스며듭니다. 각 에어벌룬은 공장에서 제작되며, 다음과 같이 패턴이 프린트된 천 피스들을 쏘잉하여 연결합니다. 에어벌룬은 세 가지 형태의 모듈로 만들어지며, 기둥의 길이만 몇 가지로 달라지게 되어, 이 간단한 요소들의 조합을 통해 많은 variation들이 가능하게 하여 제작비용을 절감합니다. 여기 이미지에서 보시면 많은 종류의 형태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세가지 모듈의 형태가 조합된 것임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벌룬들은 하나하나 따로 서있는 것이 아니라, 17~18개씩 4개의 그룹이 되어, 이 그룹마다 한 개씩 송풍기를 달아 공기가 계속적으로 주입되어 형태를 유지합니다. 또한 벌룬들이 지퍼를 통해 이어져있기 때문에, 유사시 분리하여 보관할 수 있습니다.

 

에어벌룬들은 공기가 주입된 가벼운 형태라는 재질적 특성 때문에, 사람들이 밀거나 기댈 경우, 안전하게 산들산들 움직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마치 바람에 흘러가는 구름이나 살아있는 숲처럼 말이죠. 실제로 사람들이 기대거나 밀면서 인터렉션을 하게 되면 우리에게 친숙한 이 구름과 나무가 살아 움직이며 생명을 얻게 됩니다.

 

우리 프로젝트는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를 추구하지 않고, 저희가 컨셉 설명을 위해 말씀 드린 구름과 나무 이외에도, 놀러오는 각 사람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목화꽃, 수묵화 붓 등 수많은 연상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좀 더 말랑말랑하며 풍성한 이미지를 추구하였습니다.


사진: 신경섭 (www.shinkyungsub.com)

TYPE: 파빌리온
YEAR: 2014
STATUS: COMPLETED
LOCATION: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CLIENT: 국립현대미술관 / 현대카드 / MoMA
DESIGN: 프로젝트팀 문지방 (권경민, 박천강, 최장원)
DESIGN TEAM: 최석
AIR BALLOON STRUCTURE (공기막): ABR
WOOD STRUCTURE (목구조): 지토건축
LANDSCAPE: 구보배(초기 개념), 뜰과 숲
MIST SYSTEM: 코어링크
LIGHTING CONSULTANT: 라이마스
PHOTOGRAPHY: 신경섭

Section House











tags: Linear

TYPE: 개인 주택
YEAR: 2016
STATUS: NOT COMPLETED
LOCATION: 가평 선촌리
CLIENT: 개인 클라이언트
DESIGN: 박천강, 조남일
DESIGN TEAM: 최효빈
PERSPECTIVE VISUALIZATION: 정명길
STRUCTURAL ENGINEERING: 터구조

환상의 건축

건축의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건축의 힘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건축의 영향력은 어떤 것인가?, 사회에, 인간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이 막연한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을 하기 전에, 먼저 이 시대 한 젊은 건축가의 이야기에 잠시 귀기울여보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건축이 제공할 수 있는 삶의 풍요로움과 행복을 믿는다. 또 한 이 즐거움을 전하는 전도사의 역할이 건축가의 몫이고, 건축의 힘이라 굳게 확신한다. 대중이 아직 그 즐거움을 몰라서 그렇지 (건축가가 느낀 만큼) 알게 되면 그들이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걸 통해 나도 좋은 건축물을 더 지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거라고… 비록 지금은 힘겹게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작업들을 착실하고 겸손하게 하나둘씩 해나가면 그 노력들을 알아주는 시기가 오고(유명세 또는 자본으로 전환이 되고), 또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에 기대 오늘도 나를 비롯한 수많은 건축가들이 밤을 지새운다.

 

이런 내가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같이 하는 일이 있다. 스마트 폰에 이메일로 전송된 이 주의 건축이라는 웹진 뉴스레터를 보는 일이다. 작은 네모 창을 통해 어떤 건축과 건축계 이슈들이 새로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아마도 이런 강박적 반복은, 첨단 유행을 익혀야한다는 의무감, 그리고 나도 모르게 피어오르는 건축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에서 기인한 걸 꺼다. 그러나 이 짓도 오랜 기간 반복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떤 새로운 작업도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 때 느껴지는 감정은 불감증이다.

 

SANAA 50%, OMA 20%, 헤르족 앤 드뮈론 20%, 나만의 비법 10%, 혹은 자하 하디드 40%, 그렉 린 30%, 헤르난 디아즈 알론조 10%, UN Studio 10%, 남들이 모르는 소스 10%… 취향 역시 데이터베이스화 되고 참조적 전유는 공공연하다. 그 언어는 항상 모두가 인정하고 좋아할 수 있는 현대적인 것들 중 고른다… 컨텍스트의 고유함과 건축주의 개성, 그리고 대중을 위한 선량함의 코스프레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유행의 순환 뿐, 현재 우리가 처한 건축적 상황에 대한 담론도, 독한 솔직함도, 냉철한 분석도 없어 보인다. 반복되는 살아남기의 경쟁에 좌절하고 지쳐서인지, 대응을 할 힘도 의욕도 점차 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비단 한국에서 건축을 하는 나뿐만이 아니라,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전 세계 건축인의 공통적 특성으로까지 느껴지곤 한다. 이 모습은 자본주의가 끝없이 강요하는 ‘새로움’과 ‘독특함’에 부응하기 지친 세대의 적나라한 맨 얼굴이 아닐까? 왜 중요한지도 모르는 채, 새로움은 내 강박이 되었다. 또한 이 쳇바퀴처럼 영원 회귀하는 가상의 강박은 결국에는 나를 이 불감증의 감옥으로 인도했다.

 

꽤 최근까지 블록버스터 급 영화들의 후속편에서 반드시 등장하곤 했던 진부한 수사들인 ‘더 커진’, ‘더 화려해진’, ‘더 강력해진’ 등은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영화판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드래곤볼에서처럼 계속해서 어디선가 나오는 더 강한 상대는 슬라보예 지젝이 분석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에서처럼 더 이상의 잉여쾌락을 남기지 않는 욕망의 죽음만이 그 종착점이다. 그 끝은 무감각이고 더 나아가서는, 내 손에 쥐어진 고깃덩어리로서의 ‘남근’, 마주치기 싫은 적나라한 실재와의 대면일 것이다. 지금 그 무기력의 시대가 도래했다. 제길… 모두들 엿 같은 실재의 사막에 온 걸 환영한다.

tags: Writings

『건축의 힘은 무엇인가 』, 건축평단 vol 5. 2016 봄, 정예씨출판